비 오는 나른한 토요일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이 은은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잔잔한 빗소리가 들려오며, 창가의 식물들은 빗물에 적시여 더욱 푸르게 빛났다. 토요일이라 다행히 오늘은 아무런 약속도 없는 날, 나는 이 시간을 최대한 누리고 싶었다.
나른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아침, 뒤척이며 창문을 열어 빗소리를 들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서늘한 공기가 가슴까지 스며들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날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던 고양이도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부엌으로 걸어가 차 한잔을 우려내기로 결심했다.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며, 찻잎이 물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따뜻한 차를 들고 다시 침실로 돌아와 창가에 앉아 바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에 젖은 거리는 사람들도 차분해 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우산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내 머릿속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소리가 작은 라디오에서 흐르는 재즈 음악이 아침의 분위기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고양이는 내 옆에 와서 차례차례 발걸음을 옮기며 나에게 기대어 왔다. 그리곤 나의 무릎 위에 누워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